스튜디오 백오다시십

OneTable, CommonTable

OneTable, CommonTable

원테이블 카페, 커먼테이블

J님이 정해둔 카페 이름이 있었다. 커먼테이블CommonTable. 이 한 단어에 그녀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이 담겨있었다. 이제 내가 만들어 줄 차례다.

우리는 각자 좋아하는 카페 몇 군데를 같이 방문했고, 좋은 점과 싫은 점에 대해 이야기를 한참 나눴다. 세상에 카페가 어찌나 많은지. 하지만 커먼테이블은 또 다를 테니까 괜찮다. 그리고 어느 날 내가 준비한 자료를 꺼냈다. 좋은 카페는 충분히 다녀왔다. 이제 커먼테이블에 가야지.

몇 달 뒤에는 커먼테이블이 실제로 있을거에요. 거기 처음 방문한 손님이라고 생각하고 한 번 부담없이 적어봐요.

카페 이름은 물론이고 어떻게 알고 찾아갔는지, 그 동네 분위기는 어떻게 느껴지는지. 내가 갔을 때 그 카페에는 어떤 손님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외부공간의 첫인상은 어땠는지, 간판이 있었다면 작은지 큰지. 그리고 직원은 어떤 복장으로 어떻게 맞아주었는지. 메뉴판 재질은 무엇이며 주인이 추천하는 시그니처 메뉴는 무엇이며 가격은 얼마인지. 그리고 처음 방문한 손님이라면 뭐가 가장 먹어보고 싶은지. 커피를 주문하면 테이블로 가져다주는지, 아니면 손님이 가지러 가야하는지. 어떤 음료잔에 어떻게 담겨 나오는지. 테이크아웃을 요청했을 때는 어떻게 준비해서 주는지. 그리고 인테리어는? 배경음악은?

내가 준비한 수십 개의 질문에 J님이 답을 천천히 적어갔다. 어떤 문항에는 머뭇거리다가도 하나하나 결정을 해냈다. 새삼 그녀가 고민도 준비도 많이 했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카페 하나 하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 사람들이 정말 자기가 원하는 카페를 분명하게 알고 있을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모두?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막연하면 안된다. 하나하나 구체적이어야 한다.

각자 공간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기

머리가 좀 말끔해지는 느낌? J님도 그렇고 나도 그랬다. 우리 둘이 같은 카페를 생각하고 있는게 맞겠지? 지금은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과정. 혹시나 공사 중간에, 또는 전부 완성하고 나서 “이게 아닌데..” “저는 이런걸 원한게 아닌데요?” 라는 생각이 들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래서 지금 단계에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그리고 며칠 뒤, J님을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내가 평면과 스케치업 모형을 보여줄 차례.

 

두 개의 커먼테이블
작업테이블 겸 카운터와 손님용 테이블 분리형 vs.  작업테이블을 길게 확장해서 손님들과 함께하는 합체형

두 가지 평면을 준비했다. 첫번째는 분리형, 두번째는 합체형. 커먼테이블이 작긴 하지만, 6인용 테이블 자리에 2인용 테이블과 4인용 테이블 두 개의 조합으로 놓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J님이 꿈꾸는 커먼테이블은 그런게 아니었다. 테이블은 무조건 하나만 있어야 했다.

  • 낯선 사람과 같이 앉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은 테이블
  • 브런치 모임부터 쿠킹클래스, 영어 회화까지 해 볼 수 있는 장소
  • 큰 맘 먹고 전체를 빌려서 내 친구들과 파티를 열어보고 싶은 공간
  • 어쩐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테이블. 혼자 와서 커피를 마시다가 건너편 사람과 간식을 나눠먹거나, 우연히 동네 친구를 사귈 수도 있는 장소
  • 물론 그런 기분이 아닌 날도 있다. 혼자 있고 싶거나 친근한 카페 주인 언니와 이야기 하고 싶은 날에는 카운터 옆 자리에 앉는다

J님은 둘다 좋아했다. 하지만 두번째 합체형 테이블은 아무래도 부담스럽다고 했다. J님이 커피를 내리고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이 전부 보이는 것도 그렇지만, 주인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손님들도 너무 불편해 할 것 같다고 했다. 아무리 작아도 약간은 서로 시선을 피할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전부 맞는 말이다. 두번째 안은 깔끔하게 탈락. 하지만 덕분에 첫번째 평면에 대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이제 첫번째 분리형 평면을 더 자세하게 그려보면 되겠다.

J님이 직접 그린 커먼테이블 로고 🙂

원테이블 카페, 커먼테이블. 이름과 딱 맞는 로고까지 완성했다. J님의 영어 필기체는 언제 봐도 예쁘다. Common의 알파벳 m은 어쩐지 맛있는 식빵처럼 보인다. 또는 사람들이 머리 맞대고 이야기하는 모습 같기도 하다. 여섯 명 둘러앉으면 꽉 차는 테이블. 언제나 좋은 이야기만 오고갈 수 있게, 아래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는 테이블이 되길 바라면서 스케치를 하고, 스케치업 모형을 만들어서 목공방에 견적을 의뢰했다. J님은 커먼테이블 로고를 활용해서 간판과 멤버쉽 카드, 도장 만들 생각에 신나 보였다. 이제 정말 그녀는 카페 사장님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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