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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의 첫인상

집의 첫인상

105-10에 처음 왔던 날?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다. 기억나는 건, 그 날 오후에는 봄비가 왔다. 아주 짧은, 한국에서 가장 좋은 계절이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왜냐하면 스타킹도 없이 남색 물방울무늬 민소매 원피스 하나만 입고 있었으니까. 투명한 비닐 우산을 쓰고 아무도 없는 서울성곽길을 따라 걸어 들어왔다. 그렇게 예쁜데 조용한데 나 밖에 없는 길은 처음이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보지는 못 했다. 하지만 이미 마음에 들었다. 큼직한 창문이 있는데, 거기에서 서울성곽이 보이는 집이라니. 햇볕도 충분히 잘 들면서 맞바람이 치는 구조라는 건 알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일단 좋다고 했다. 여기로 이사 오기로 결정했다.

105-10에 두번째 왔던 날

그런데 세입자가 빠져나간 집은 상상 이상이었다. 아… 사람이 이렇게 더러운 집에 살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바퀴벌레가 있으면 개미가 없고, 개미가 있으면 바퀴벌레가 없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바퀴벌레와 개미와 지렁이와 달팽이가 동시에 살고 있었다. 아마 쥐가 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부엌은 그나마 사진이 남아있다. 하지만 화장실은 사진도 못 찍을 정도 였어서 없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조의 아파트‘라는 키워드로 구글링을 해 보시길. 거의 비슷한 장면들이 나온다.

충격은 받았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한남동 어느 카페에서 대책을 의논하기 시작했다.

첫인상은 분명히 좋았었는데… 괜찮을까, 이 집?

studio105-10
싱크대의 빈자리

 

studio105-10
자꾸 부스러지는 타일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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