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CREC Coworking @ el Poble Sec

CREC Coworking @ el Poble Sec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CREC 풍경

 

CREC Coworking @ el Poble Sec

CREC.cc    ㅣ   CREC Facebook   ㅣ    CREC Instagram

 

계속되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방문기. 처음 방문한 도시에서는 믿을 수 있는 친구 한 명이 있고 없음의 차이가 크다. 관광객이 가는 식당 말고 동네 주민이 가는 밥집에 나도 가고 싶고, 여행 책자에 이미 쓰여있는 역사보다 지금 이 도시에 사는 사람의 이야기가 듣는 것을 좋아해서 그렇다. 유학을 가서 몇 년 동안 못 봤던 친구, 마음에 드는 카페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낯선 사람, 카우치서핑에서 알게 된 친절한 사람, 예쁜 집을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는 호스트 등이 내 여행에서 좋은 안내자가 되어주었다. 덕분에 도시마다 돌아가면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적어도 한 명씩은 남았다.

어쩌면 코워킹스페이스는 작은 도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처음 만난 커뮤니티 매니저, 커뮤니티 빌더에 따라 내 생활이 달라진다. 자기 일은 사람을 공부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CREC의 커뮤니티 빌더, Laura를 만났다. 덕분에 다음 도시에 가도 코워킹스페이스를 방문해서 커뮤니티 빌더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CREC 방문기 with Laura

 

넓고 높은 개방감 넘치는 공간이 인상적이에요. 

Sala B에요. 주중에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 데스크에서 일하지만, 주말이나 휴일에는 다양한 행사를 해요. 볕이 잘 드는 1층인 데다 자동차까지 바로 들어올 수 있는 거대한 출입구가 있거든요. 여러모로 대규모 이벤트에 잘 맞는 장소에요.  매년 2월, 바르셀로나에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MWC: Mobile World Congress가 열리는 건 아시죠? 그 기간 있었던 삼성 워크샵을 여기서 진행했어요. 그리고 Eat Street Festival과 Va de Vermut 역시 저희의 중요한 파트너예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CREC 에서 열린 Va de Vermut 행사 모습 from vadevermut.com

 

현관문 위에 적혀 있는 문장이 눈에 띄어요. “EN EL CREC NO SE TOMA CAFÉ SOLO.”는 “CREC에서는 커피를 혼자 마시지 마세요.”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우리가 처음 이 공간을 만들었을 때부터 같이 있었던 그림과 문장이에요. 그렇게 번역해도 맞아요. CREC의 카페테리아는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장소니까요. 커피를 다함께 마셔야겠죠? 하지만 단순히 그 뜻만 있는 건 아니에요. 스페인어에서 CAFÉ SOLO는 에스프레소를 뜻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CREC에서는 에스프레소만 마시지 마세요.”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카탈루냐어 CREC은 영어로 CRACK과 같은 뜻이거든요. ‘깨지다, 갈라지다, 깨부수다.’ 저희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깨고, 새롭게 일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끼리 자주 하는 말이 있어요. “In CREC, We Trust.”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커피만 마시기엔 아쉬운 CREC

 

CREC에서 일하는 사람들

전체 데스크의 절반 정도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CREC의 멤버는 몇 명이나 될까요? 또는 몇 개의 회사가 있나요?

오늘 오전에 와서 멤버가 된 분까지 더하면 지금 딱 215명이에요. 지금 저희가 있는 엘 포블레 세크에 150여 명, 에이샴플라 Eixample에 60여 명이 있어요. 회사는 몇 개라고 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요. 20개 안팎일 것 같아요. 프리랜서가 대부분인데, CREC 안에 있는 회사와 같이 일하는 분들이 워낙 많거든요. 그리고 한 사람이 여러 개의 회사를 운영하거나 소속되어 있는 경우도 있어요.

입주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요. 그리고 떠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2012년에 CREC이 문을 열었을 때부터 계속 같이한 멤버들이 있어요. 하지만 한두 달 머물다 간 멤버들도 있지요. 어떤 코워킹스페이스에서는 일주일, 심지어 하루씩 데스크를 빌릴 수 있어요. 저희는 제대로 네트워킹이 이루어지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간도 그렇지만 멤버들 간에 서로 알아가는 충분한 시간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최소 1개월씩 핫데스크/고정데스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Sala B에서 일하는게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대여섯 명 이상이 되면 프라이빗오피스를 요청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내부에서만 공유해야 하는 이슈들이 있는데, 그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회의실을 예약하는 일이 힘들게 느껴지기 시작하는 거죠. 그런 이유로 옮긴 회사들이 좀 있어요. 그래서 에이샴플라 지점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크기의 프라이빗오피스를 만들었어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CREC 에이샴플라 Eixample from coworkingspain.es
다들 CREC을 어떻게 알고 찾아올까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비용이 드는 온라인 광고보다는 자체 블로그, 페이스북 페이지를 열심히 운영하려고 해요. 저희도 항상 스타트업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거든요. 저희가 어떤 마음으로 이 공간을 운영하는지 꾸준히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코워킹스페이스를 구하는 사람들은 CREC에만 들르지 않아요. 적어도 서너 곳을 방문해서 공간을 확인하고 커뮤니티빌더를 만나보고 결정하죠. 서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어떻게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게 아주 중요해요. CREC 입사를 위한 면접은 아니지만, CREC 커뮤니티에 들어오는 면접인 셈이에요. 물론 방문자도 CREC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고 들어와야겠죠?

멤버들이 하는 일은 워낙 다양하죠. 그런데 아무래도 동네 사람이 많아요. 바르셀로나는 크지 않은 도시니까요. 대부분 걸어서 20분 이내에서 일할 곳을 찾으려고 해요. 우리 멤버 중에 20분 가까이 지하철을 타고 CREC에 오는 사람이 있어요. 우리 모두 특이하다고 생각했죠. 자기 집 근처에도 코워킹스페이스가 있을 텐데 왜 여기까지 올까 싶었죠. 그런데 몇 년 째, CREC의 공간과 친구들이 좋아서 계속 다니고 있어요.

직업군이 다양하다고 하셨는데, 외국인의 비율도 꽤 높아 보여요. 

정확히 계산해 본 적은 없지만, 40% 정도일 것 같아요. 하지만 대부분이 비자 문제에서 자유로운 EU 시민들이에요. 아시안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그나마 있는 사람은 베네수엘라/일본계, 또는 브라질/태국계 친구들이 있어요. 하지만 아시안과 결혼한 멤버는 좀 있어요. 지금 몇 명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이름을 계속해서 나열했다)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전망대 바로 아래에 있는 미팅룸

CREC x Community

Laura와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CREC의 모든 멤버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마 그렇겠죠? 그게 제 일이에요. CREC 멤버 한 명 한 명에 대해 공부하는 일, 그 사람이 하는 일에 대해서 아는 일이요. CREC의 모든 멤버들이 그럴 수는 없겠지만, 저 같은 커뮤니티빌더는 알고 있어야죠. 그래야 이렇게 멋진 커뮤니티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300명 이상이 모이는 네트워킹 행사부터, 1:1 소개까지 맡아서 하고 있어요.

소개팅 전문가라고 해도 되겠어요. 비즈니스 소개팅 전문가.

블라인드데이트를 주선해 본 적은 없지만.. (웃음) 업무 목적의 블라인드데이트 자리는 계속해서 만들고 있으니 그렇게 말해도 되겠어요. 누군가 나한테 그냥 지나가는 이야기로 뭔가를 물어보면, 그 때부터 내 머릿속에서 빠른 속도로 검색이 되는 것 같아요. 이렇게 저렇게 만나보면 어떻게 될까, 같이 있는 모습이나 협업하는 모습도 상상해봐요. 이런 과정이 그냥 자연스러워요.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그래서인지 CREC의 모든 정보가 나에게 집중되는 느낌도 있어요.

커뮤니티빌더는 어떤 직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CREC이 단순한 공간임대업이 아니라 코워킹스페이스일 수 있도록 하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여러 사람이 한 공간에서 일하고 있으면 코워킹스페이스가 되는 게 아니거든요. 옆에 있는 사람이나 회사에 관해 관심도 없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일도 없다면 그곳이 ‘같이 일하는 공간’일까요? 그저 요즘 유행이라고 하니까 코워킹스페이스라고 부르고 있는 것뿐이에요. 그건 누가 봐도 공간임대사업, 건물관리업, 부동산임대업이에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어쩌면 가장 많은 네트워킹이 일어나는 장소, 키친!

 

CREC의 공간디자인

건물 곳곳에서 예전 모습과 새로운 디자인이 잘 어울려 보여요.

이 건물은 원래 조각작품 전시장이었어요. 그래서 큰 작품도 들여올 수 있는 거대한 출입구가 여러 개 있어요. 지금도 덕분에 잘 활용하고 있지요. 그리고 작품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었는데, 그대로 남겨뒀어요. 그 위에 올라가면 CREC 멤버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죠. 꽤 멋진 장면이에요.

공간기획과 디자인은 어떻게 했나요?

저희 팀에서 자체적으로 했어요. 건축가 또는 인테리어 전문가가 없어서 실수가 아주 많았어요. 하지만 저희가 직접 운영하는 공간이니 하나씩 개선해왔죠. 일단 엘 포블레 세크 지역에서 시작한 만큼, 이 동네 만의 분위기를 실내공간까지 끌어오고 싶었어요. 그게 건축재료를 선택하는 기준이 되었죠. 하지만 에이샴플라 지점의 경우는 전혀 달라요. 바르셀로나에서도 중심 지역이죠. 19세기의 도시계획 그대로 건물들이 남아있지만, 지금 봐도 세련되고 감각적이에요. 더 현대적이기 어려울 정도니까요. 그래서 CREC의 에이샴플라 지점 역시 현대적인 오피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어요.

 

그중에서도 신경 쓴 부분은?

처음 건물을 잘 선택하는 일이 절반 이상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도 많은 건물을 보러 다녔으니까요. 그리고 어쩌면 화려한 인테리어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몸에 닿는 가구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특히 10시간 이상도 앉아있게 될 의자를 신경써서 선택했어요. 저희 멤버들에게 이케아 스툴을 주고 일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테이블은 전부 접히는 스타일이에요. 주말에 대관행사가 있으면, 멤버들이 떠난 금요일 밤늦게 테이블 정리 작업을 시작해요. 수십 개 테이블을 한쪽 구석에 다 정리해두면 Sala B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신하죠. 이벤트에도 참석해보시면 좋을 텐데 아쉬워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할 것. CREC

 


 

코워킹, 그리고 코워킹스페이스란 무엇일까? 커뮤니티와 커뮤니티빌더가 없으면 그저 단순한 공간임대업이라고 말하던 Laura가 자꾸 생각난다. 인테리어, 가구와 같이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일은 오히려 쉽다. 오히려 커뮤니티로 대표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고 여겨진다.

 

 

No comments yet. Be the first one to leave a thought.
Leave a comment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