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동해안 공간기반 청년창업 코디네이터 이야기

동해안 공간기반 청년창업 코디네이터 이야기

동해안 공간기반 청년창업 코디네이터 이야기

사람들에게 “고향이 강원도였어?”, “강릉에 집 샀어?”, “또 속초 갔어?” 같은 질문을 아주 많이 받은 2019년. 그럴 만도 한 것이, 올해 상반기에 강원도를 정말 자주 갔어요.

동해안

결과보고서 일부: 상반기에 30번 정도 방문한 듯

놀러 간 것은 아니었고, 일하러 갔습니다. <2018 동해안 공간기반 청년창업 코디네이터>라는 이름의 새로운 일. 그런데 처음 해 보는 이 일이 꽤 재밌어서 한동안 푹 빠져있었어요(사실 지금도). 저한테는 그냥 노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어서요. 동해안은 매력적이었고, 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좋았고, 공간기반 창업이라 꽤 신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친구들과 항상 맛있는 것만 먹었기 때문에 더 행복한 기억으로 남은 것 같기도 하네요.

동해안

묵호에 좋아하는 빵집이 생길 줄이야… 진짜 맛있음 🍞

 

공간기반 창업이란 무엇인가

강원창업혁신주간 2018, <강원, 로컬크리에이터를 만나다>가 계기였어요. 모종린 교수님 강연과 선교장 때문에 강릉에 갔는데, 새로운 일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강원도에서 태어나기는커녕,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요. 반년 사이에 강릉에 가면 하루 동안 약속을 3-4개씩 잡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동해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지원프로그램

<동해안 공간기반 청년창업>은 이렇게 준비합니다.
  1. 본인이 지원대상인지 확인합니다
    • 강원도 내에 거주하는 만 39세 이하의 청년인가요? (주소 이전 가능)
    •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고 싶나요?
    • 좋아하는 동네, 살고 싶은 도시가 동해안에 있나요?
  2.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에서 매력있는 유휴공간을 찾아봅니다
    • 필요한 면적 대비 적정한 임대료(보증금, 월세)인가요?
    • 계약 기간은 충분한가요?
    • 지원을 받으면 의무적으로 공간을 운영해야 하는 기간이 있습니다.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3. 사업계획서를 작성합니다
    • 회사를 다니면서 취미로 운영하는 공간은 지원대상이 아닙니다!
    • 만들고 싶은 공간을 구체적으로 상상합니다 (참고할 수 있는 공간의 이미지, 평면 계획 등을 첨부하면 좋습니다)
    • 공간 조성에 필요한 공사 일정, 예산을 확인합니다 (사업화 지원금의 사용범위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 어떻게 공간을 운영해서 돈을 벌 계획인지도 중요합니다 (판매, 교육, 대관 등)
  4. 참가서약서 등의 서류까지 완성해서 함께 메일로 제출합니다
  5. 서류 결과 발표 > 발표 평가 > 현장 실사 > 최종 결과 발표

사업화 지원금 5천만 원은 큰 돈이지만, 공간을 조성하기에 아주 넉넉한 돈은 아닙니다. 그리고 지원대상자의 대부분이 창업도 처음인데, 공사도 처음이라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둘 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요 ㅠㅠ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지원해주는 내용에서 ‘코디네이터의 공간조성 컨설팅‘이 제가 맡은 일입니다. 저도 처음이지만,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고, 담당 매니저 역시 처음이고…! 그래서 제가 해야 하는 일과 범위를 정리하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어요.

카페, 게스트하우스, 서점 등의 공간을 만들고 운영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아요. 하지만 내가 직접 만든 공간의 주인이 되어서 주체적으로 삶을 유지하는 일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 나의 가치관을 표현하는 공간과 상품을 기획할 수 있다: 커피 한 잔, 책 한 권을 팔아도 다르게 팔아야 합니다.
  • 직접 기획한 공간과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맛있어요, 예뻐요, 감사합니다’ 같은 한 마디가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어요.
  • 내가 만들었고, 좋아하는 공간에 종일 머물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에요.
  • 원하는 삶의 방향,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다: 공간기반 창업은 ‘자기다움’을 찾는 경험입니다.

 

코디네이터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가

저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가능하다면 의미 있는 일로만 채우고 싶습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기 전에는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할까?”를 한참 생각해요. 왜 해야 하는지 모르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더 알 수 없으니까요.

동해안

먹고 있지만 일하고 있습니다: 공간기획 스토리보드 만들기

친구들이 “그래서 네가 강원도에서 하는 일이 뭐야?” 물어보면, 저는 “공간기반 창업자를 위한 족집게 과외하고 있어,” 라고 대답합니다. 이렇게 저렇게 설명해봤는데, 저게 가장 쉽고 정확한 표현인 것 같아요.

  • 도면을 그려주거나, 시공팀을 소개해주지 않습니다. > 시공사를 결정하고, 견적서 비교 검토는 같이합니다
  • 물어보면 최대한 자세히 알려주려고 노력합니다. > 그것이 무엇이든. 제가 모르면 알 만한 사람을 찾아옵니다
  • 공사기간 동안 현장에 여러 번 방문하지만, 감리는 아닙니다. > 현장에서 무엇을 물어보고 확인해야 하는지를 알려줍니다.
  • 일단 제가 배우는 건 좋아하는데, 가르치려고 드는 사람을 싫어합니다.

동해안 공간기반 청년창업자들이 만드는 공간이 제 마음에 드는 것보다, 본인이 만족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쩌면 하루에 20시간 이상, 4년 이상을 보내야 하는 공간이 제 취향 또는 공공기관의 입김으로 완성되면 큰일 날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의 담당 매니저, 팀장님도 충분히 배려해주셨어요. 덕분에 제가 맡았던 5개의 공간에 조달청의 기운 같은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 청년창업자 각자가 직접 고른 조명, 소품, 색상으로 채워졌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공간이 탄생했어요!

어느새 중간발표회, 최종발표회를 마쳤고, 하나둘씩 공간 오픈 소식을 전해옵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끝까지 해내신 것이 대단하기도 하고(저도 자신없는 e나라도움…), 한편으로는 이제 시작이라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해요. 하지만 잘 하실거라 믿어요 🥰

5개의 새로운 공간: Before /After

동해안희나리 @강릉  l   instagram

강릉의 여행자 아지트 + 로컬 컨텐츠 편집샵 희나리 ㅣ 강릉시 금성로 7 B1 🏠

동해안뮤지엄 홀리데이@강릉  l   instagram

와인마시며 즐기는 미술관 ㅣ 강릉시 토성로 144, 2층

동해안묵호사진관@동해  blog  l  instagram

한 장의 기억을 담아내는 작은 사진관 ㅣ 동해시 발한로 220-1

동해안고구마쌀롱@속초  blog  l  instagram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속초 여행자 센터 ㅣ 속초시 수복로 259번길 2

동해안팜스퀘어 11@양양 youtube l  instagram  l  brunch

한들한들 가든숍 ㅣ 양양군 서면 원당골길 42

 

이번 사업이 저에게 남긴 것

1. <공간기반 창업 가이드>

PUBLY에서 두번째 리포트를 썼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너무 많아서요. (글로 써야 저도 했던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하지 않을 수 있으니 써야합니다. 했던 말 또 하는거 싫어합니다 ㅠ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오피스 디자인 가이드>보다 벌써 후기가 많이 쌓였는데, 제가 원하던 반응이라 뿌듯합니다. (퇴사는 신중하게! 선택에는 책임을!)동해안

무엇보다도 다음에 만날 공간기반 청년창업 지원자들이 교과서처럼 봤으면 좋겠어요. 원주, 횡성, 평창, 춘천에 계신 분들, 보고 계신가요?

2. 새로운 직업: 컨설턴트, 멘토, 코디네이터

저는 제가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데, 그림 그리는 시간보다 글 쓰고 생각하는 시간이 더 많습니다. 거기에 이번 일을 맡으면서 말을 아주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하루에 몇 시간씩 말하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그리고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을 하려면 제가 먼저 똑바로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네요.

“왜 내가 이 일을 해야 할까?” 하는 질문의 답은 “그동안 해 왔던 일을 새롭게 정리하기 위해서” 였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청소와 응대를 해 가며 운영했던 에어비앤비가 다시 떠올랐고, 정말 열심히 했었던 독서모임과 건축수업도 생각났어요. 그리고 이게 진짜 도움이 될까 싶었던 경영대학원에서 배웠던 지식들도 잘 써먹었습니다. 세상에 쓸모 없는 경험은 정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3. 청출어람을 기대하며

제가 직접 디자인하는 것도 좋지만, 디자인을 잘 할 수 있게 돕는 일도 상당히 뿌듯하고 기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쩌면 나 누구 가르치는 데에 소질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제가 맡았던 지원자 5명이 잘해줘서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뿌듯했던 순간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하시길!

[38회] 이유人즉슨 : 춘천KBS

남매, 소호거리를 꿈꾸다 – 이상혁·이승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