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다혜@어디에서나

다혜@어디에서나

일하는 장소오늘은 카페에서 일하는 날

 

다혜@어디에서나

이다의  브런치텀블벅 <Free. not Free>

 

다혜님은 어느 신기한 모임에서 만났다. 서로 처음 보는 사람들이 10명 정도 있었는데, 가장 찰진 드립을 계속해서 날리는 사람이었다. ‘아니 너무 재밌는 사람이잖아? 친해지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로. 다혜님은 열심히 수다도 떨었지만, 무릎에 13인치 맥북을 두고 계속 기록을 하고 있었다. 결국 내가 물어봤다. 

“무엇을 그리 열심히 쓰고 계세요?”
“저는 프리랜서 매거진을 준비하고 있어요.”

아니 당신은 편집장이었군요…! 갑자기 더 친해지고 싶어졌다. 나도 잡지를 너무나 사랑하고, 언젠가 잡지 하나 만들어보고 싶어..라고 생각은 하지만 실행을 못 하는 사람. 그런데 그 어려운 일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매거진 나오면 꼭 살게요!” 라고 대답한지 얼마 안 되어서 정말 그 매거진이 나왔다. 그리고 나는 첫번째 후원자가 되었다 🙂

이번 인터뷰는 정해진 장소 없이, 정말 어디에서나 일하는 다혜님의 이야기입니다. 아침마다 ‘오늘은 어디서 일할까’ 생각하고 결정하는 분이에요. 다혜님이 고정된 작업공간, 오피스를 만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일하는 장소프리랜서는 프리하지 않다 <Free, not Free>


 

일하는 장소의 의미

“일하는 공간이 중요하다. 업무공간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까요? 저는 확실히 그래요. 그런데 이런 고민이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을 것 같아요.

적어도 저한테는 중요해요. 업무공간, 생활공간이 저와 잘 맞지 않으면 거기 있는 내내 괴로워요. 심리적으로 압박을 받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저는 고시원에서 지냈었고, 좁고 빛이 거의 안 드는 방에서 혼자 살았던 적도 있어요. 그때 확실하게 알았어요. 공간이 나를 얼마나 우울하게 만들 수 있는지.

특히 꽉 막힌 공간에서 일하면 너무 힘들어요. 모르는 사람들과 같이 있더라도 개방감 있는 장소를 선택하는 편이에요.

독서실 같은 곳은 안 되겠네요. 저는 그 무거운 공기와 침묵이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고등학생 때부터 스타벅스, 민들레영토 같은 카페를 자주 갔어요. 테이블에 커다란 모의고사 문제집을 펼쳐 놓고 펄럭펄럭 넘기면서 풀고 있으면 사람들이 쳐다보면서 갔던 기억이 나요.

정말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는 사람만 모여있는 카페가 있어요. 그런 카페는 독서실처럼 조용해서 아주 부담스러워요. 저는 적당히 생활감 있는 장소에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 일할 때 가장 좋아요.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을 쉽게 넘나들 수 있잖아요? 제가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 혼자만의 공간이 되는 거죠. 그런데 한참 일하다가 답답해서 고개를 돌리면 다양한 풍경이 있어요. 그런 환경을 항상 찾아다녀요.

 

고정된 장소를 만들지 않은 이유

다혜님이 프리랜서로 일하신 지 벌써 몇 년째에요. 작업실 또는 사무실을 마련하지 않은 이유가 있으세요?

작업실의 장점은 명확하게 있어요. 매일 아침 고민할 필요가 없잖아요. 저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늘은 어디에서 일할까, 어떻게 해야 동선을 최적화할 수 있을까’를 그려봐요. 아주 번거로운 일이죠. 하지만 저는 어딘가에 매이는 게 더 싫었어요. 이미 익숙한 장소와 지역에서만 일하기보다 다양한 업무과 지역을 탐험해야 할 때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고정된 업무공간이 있었다면 쉽게 ‘제주다움’에 지원하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해요.

가끔 저도 제 작업실 때문에 제 행동반경이 좁아진다는 생각을 해요. 작업실이 저한테는 가장 일이 잘 되는 장소라서요. 다른 장소를 탐색하는 데에 약간 게을러지는 것 같기도 해요. 확실히 장단점이 있어요.

저는 혼자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가도, 혼자 있을 때의 답답함이 싫기도 해요. 그래서 여전히 작업실 또는 사무실 욕심이 없어요. 그리고 이렇게 제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게 될 줄은 작년까지도 전혀 몰랐으니까요. 내년에도 제주에 살면서 일을 할 수도 있고, 어쩌면 순천이나 부산에 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게 저만의 노하우를 쌓고 있어요.

개인 작업실이 아니어도 공동작업실 또는 코워킹스페이스에 등록해서 일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코워킹스페이스 하나를 몇 개월 동안 사용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만해야겠다 싶었어요.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람들을 보면서 일하니까 정체되고 있더라고요. 예를 들면, 그 코워킹스페이스에는 IT 분야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항상 비슷한 이야기만 하게 되었어요. 점점 회사 다니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나는 어디에서나 일할 수 있는데 왜 스스로 가둬놓고 일하고 있는 건가 싶기도 했죠.

듣고 보니 그렇네요. 회사원도 아닌데 매일 정해진 장소로 출근하는 게 이상해요.

프리랜서로 일하지만 그다지 프리하지 않는 저에게 가장 큰 자유는 ‘일하는 장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었어요. 너무나 자유롭고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일하는 공간이 전혀 상관없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는 항상 ‘아이디어는 고여있는 장소에서 나올 수 없다’고 말해요. 예전 회사에서 팀장으로 있을 때도, 아이디어 회의를 할 때는 팀원들과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녔어요. 실제로 결과가 좋아서 회사에서도 환영하는 분위기였어요.

혼자 일하기 시작했을 때, 저도 카페에서 일을 많이 했어요. 하루에 8시간씩 있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점점 살림이 많아지는 거예요. 맥북은 기본인데 책 몇 권 추가하면 가방이 너무 무거워서 멀리 가기가 힘들었어요. 작은 모니터를 가까이서 보느라 자세도 안 좋아져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다혜님은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했어요.

저는 구글드라이브에 거의 모든 자료가 있어요. 그런데 출력해서 봐야 하는 문서들은 따로 챙겨둬요. 그래서 아침마다 ‘어디에서 일할까’를 고민하면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할까’까지 같이 계획해요. 그래서 오늘 업무에 필요한 살림만 챙겨서 나와요. 저도 회사에서는 듀얼모니터를 사용하던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13인치 맥북 하나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마치 ‘소라게’ 처럼 가방을 소중히 짊어지고 다녀요.

일 잘 되는 카페두 개의 가방을 함께 든 여인을 만나시면 아는 척을 해 보세요

 

일하는 장소의 조건들

다혜님이 생각하시는 이상적인 일하는 장소가 있으신가요?

햇볕이 들어오고 살짝 바람을 느낄 수 있으면서 창밖으로는 널찍한 풍경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공간 자체는 너무 크지도 않으면서 작지도 않아야 해요.

식물이 잘 자라는 조건처럼 들리는데요. 그런 장소를 많이 찾으셨어요?

정말 마음에 드는 곳에 가면 인스타그램에 ‘프리랜서의작업실’이라고 해시태그를 써서 올려요.

일 잘 되는 카페

그런데 말씀하신 조건을 들으면 바로 떠오르는 건 스타벅스!

맞아요. 저는 주로 카페에서 일하고, 정말 열심히 일해야 하는 날은 코워킹스페이스 하루 이용권을 결제해서 가는데요. 대부분 괜찮지만 가끔은 생각보다 일이 잘 안 되는 장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주저 없이 가장 가까운 스타벅스로 갑니다.

스타벅스가 상당히 안전한 선택이지요.

새로운 카페에서 ‘오늘은 망했다.’ 싶을 때는 대부분 배경음악의 문제에요. 블로그 또는 인스타그램에서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럭저럭 일할 만 해 보였는데, 실제로 갔을 때는 전혀 아니었던 거죠.

인스타그램에서는 음악이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정말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나올 때가 있어요. 최근에 <불후의 명곡>에서 나왔던 노래라거나, <복면가왕> 메들리 같은 것.

세상에…

그런 음악만 계속해서 나오는 곳이 있어요. 그러면 뛰쳐나오게 되는 거죠. 참 재밌는 게, 그러다 보면 가장 일하기 좋은 곳이 어디냐 하면 스타벅스인거에요. 정말 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타벅스 아닌 카페와 코워킹스페이스를 항상 찾아다니는데요. 잘 모르는 도시에 일해야 할 때, 스타벅스가 보이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일 잘 되는 카페를 찾아서

오늘은 어느 카페로 갈까, 어느 코워킹스페이스로 갈까를 결정하는 기준이 있으세요?

제가 하는 일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기획, 글쓰기, 커뮤니케이션. 오늘은 주로 어떤 업무에 집중할 것인가에 따라 선택해요. 보통은 카페에 가지만, 마감을 앞두고 있다면 밤샘이 가능한 코워킹스페이스에 갑니다. 커뮤니케이션은 메신저와 이메일도 쓰지만, 전화를 많이 해서요. 너무 조용한 장소에서 일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항상 적당한 소음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저는 가방에 담는 장비에 따라 달라져요. 오늘은 회의를 하고 근처 카페에서 스토리보드 작업을 하고 와야지, 생각하면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들고 나가요. 작업실로 돌아와서 바로 아이맥으로 만들 준비를 하는 거죠. 그런데 오늘은 정말 노는 날로 정했으면 아이패드 없이 가볍게 나가요.

그것도 신기하네요. 저는 어디에 가도 맥북을 항상 들고가야 마음이 편해요. 그리고 잘 아시겠지만, 퇴근이 없어요. 저를 포함해서 프리랜서의 퇴근은 A 프로젝트를 잠깐 멈추고 B 프로젝트를 하는 거죠. 원래 글을 쓰려고 간 카페인데 진도가 잘 안 나가면 저는 얼른 글 쓰는 노동에서 퇴근해서 다른 기획 노동 또는 커뮤니케이션 노동으로 출근해요. 장소에 따라 더 잘 되는 일이 있어요.

글은 주로 어디에서 쓰시는지 궁금해요.

여유가 있다면 파주, 일산으로 가요. 도시를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종종 들잖아요. 특히 파주 지혜의숲, 지지향은 제가 아끼는 장소에요. 주변 분위기 덕분에 글이 잘 써지거든요. 이렇게 기름값, 커피값, 코워킹스페이스 일일권에 쓰는 비용을 다 더하면 어딘가 코워킹스페이스 한 달 사용하는 것과 비슷할 거에요.

그렇겠네요. 오프라인 회의는 주로 어디에서 하세요?

저는 항상 제가 간다고 해요. 그러면 미안해하는 분들이 계세요. 그럴 때마다 말하죠. “저한테는 오실 곳이 없어요.” 그리고 저는 새로운 지역에 가는 게 좋거든요. 예를 들면, 분당에 가야 한다. 그러면 저는 회의를 하러 가지만 동시에 분당을 여행하는 마음으로 가요. 그래서 가능하면 오전 시간에 회의를 마치는 편을 선호해요. 그리고 어디서 맛있는 점심을 먹을까, 어느 까페가 괜찮은가 찾아봐요. 그리고 오후 내내 새로운 장소에서 일하다가 돌아와요.

일하면서 그런 재미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낯선 동네로 회의를 하러 갈 때마다 약간 설레는 마음이 있어요. 그건 서울에서 내가 잘 모르는 동네일 때도 있고, 거의 안 가본 지방 도시이기도 해요. 그 때마다 카페를 한 곳 이상 가보려고 해요. 취향 맞는 카페의 주인을 만나면 그 동네에 대해서 잘 알 수 있으니까요.

회사 다닐 때는 카페가 쉬는 장소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일하는 장소가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저는 제 노동에 최적화되지 않은 카페는 두 번 가지 않아요.

하지만 일하기 좋은 카페가 아닌 친구와 놀러 가는 카페,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 같은 카테고리를 만들 수도 있잖아요.  사실 제가 그렇게 하고 있어서 ㅎㅎ

그렇죠.  하지만 저는 어느 순간 친구와 약속을 해도 몇 시간 일찍 나와서 그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게 편해졌어요. 만약에 그 친구가 늦게 되어도 저는 계속 일하고 있으니까 오래 기다려도 부담이 없죠. 그리고 제가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디저트가 큰 의미가 없어요.  항상 아이스 아메리카노만 마셔요.

지금처럼 일하기 좋은 카페, 코워킹스페이스가 많아지기 전을 떠올려 봤어요. 그때는 이제 막 독립했는데 일할 장소가 없으면 주변에서 자리 하나 빌리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아는 선배가 하는 사무실 또는 클라이언트 사무실의 책상 하나를 차지하고 일하지 않았던가요?

종종 그런 제안을 받아요. 프로젝트를 같이 하는 팀 또는 의뢰한 회사에서 일할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 편하게 쓰라고 해요. 그렇게 신경 써주시면 감사하죠. 그런데 제가 몇 번 시도해보니 마냥 좋지만은 않아요. 일단 저는 동시에 여러 프로젝트를 붙잡고 있는데, 그 자리에 가면 다른 일을 하기가 좀 불편해져요.

맞아요. 저도 편하게 쓰라고 해도 마냥 편하지가 않았어요. 경쟁사 일을 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지만, 오가며 책상과 모니터가 들여다보이는데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요. 아마 그분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텐데도 그랬어요.

제가 퇴사한 지가 몇 년인데, 이제 와서 큐비클에 온종일 갇혀있고 싶지는 않아요. 모든 회사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제 사고를 제한해버리는 공간은 피해 다니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 어디에 가서 일해야지, 정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효율적이지는 않아요. 가끔은 저도 힘들어요. 하지만 아침마다 행복하고 배부른 고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원하는 장소에서 일하는 지금이 꽤 만족스러워요. 한동안은 이렇게 계속 일할 것 같아요 🙂 

 

일 잘 되는 카페소라게의 살림살이


 

인터뷰에 담지는 않았지만, 김민섭 작가님 인터뷰 후기를 살짝 들었다. “우리 모두는 결국 누군가의 일을 대신 해 주고 돈을 번다. 직장인도 프리랜서도 자영업자도 그렇다. ”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대리인간’이라는 단어가 사무친다. 생각해보면 내가 웹페이지를 새로 만들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인터뷰를 다니고, 프로젝트 하나하나 기록을 하기로 한 것들 역시 ‘어떻게 해야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 하는 고민의 결과였다. 절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후회는 없다. 매일 아침 ‘역시 시작하길 잘했다.’ 고 생각하니까.

프리랜서 매거진 <Free, not Free>의 편집장 소개에는 “무언가 계속 하고 있는 프리랜서. 주체적으로 유연하게 노동하고 싶은 사람입니다.”라고 적혀있다. 다혜님도 나도 그리고 우리 모두 그럴 수 있길.

 

일 잘 되는 카페프리랜서의 삶과 노동, <대리사회> 김민섭 작가 인터뷰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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