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La Vaca Coworking @ el Poble Sec

La Vaca Coworking @ el Poble Sec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La Vaca의 업무시간

 

La Vaca Coworking @ el Poble Sec

LaVacaCoworking.com   ㅣ   La Vaca Facebook   ㅣ    La Vaca Instagram

 

신축보다 리모델링이 더 어렵다. 제한이 많고, 예상보다 큰 돈과 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게다가 오래된 건물이라면 공사를 시작한 다음에서야 터져 나오는 문제들도 많다. 그런데도 이제 막 지은 건물보다 오래된 건물을 찾는 클라이언트가 있다. 아마 그 장소에만 있는 매력 때문이 아닐까? 나도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더 끌리는 디자이너라서 충분히 이해한다 🙂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리모델링 디자인을 하고 직접 운영하는 코워킹스페이스는 어떨까? 게다가 공동창업자가 디지털노마드라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La Vaca에 찾아갔다.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La Vaca 방문기 with Dimitri

 

La Vaca의 마스코트, 선글라스를 쓴 소 덕분에 바로 찾아왔어요.

다행이네요. 이 건물은 원래 우유를 가공하는 공장이었어요. 이 동네, 엘 포블레 세크 지역 사람들은 일요일마다 이 곳에 와서 신선한 우유와 크림을 사 갔다고 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저희 마스코트도 젖소가 되었어요. La Vaca가 신선한 크리에이티브가 넘치는 코워킹스페이스가 되길 바랬거든요. 이 건물을 발견한 순간, 브랜딩부터 공간디자인까지 한 번에 결정된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고풍스러운 입구와 대비되는 경쾌한 마스코트 La Vaca

기존의 복도 공간을 웰컴바로 사용하고 있네요. La Vaca의 네트워킹은 여기에서 시작될 것 같은데요?

맞아요. 웰컴바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죠. La Vaca는 작년 9월에 오픈했어요. 이제 겨우 반 년 지났는데, 아주 길었던 시간처럼 느껴지네요. 여전히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점점 채워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회원수가 엄청 많지는 않아요. 40명 정도? 덕분에 거의 모두 알고 지내죠. 아무래도 안쪽 업무공간보다 여기 웰컴바에서 자주 모이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간식을 펼쳐놓으면 그 주변으로 금세 모여드는 거죠. 같이 커피도 마시고, 가벼운 술도 한 잔씩 할 수 있어서 좋아요. 그래서 미네랄워터, 맥주, 커피는 항상 충분하게 채워 놓고 있어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기존의 복도 공간을 활용한 웰컴바

웰컴바 바로 옆에 La Vaca 캘린더가 있는 것도 좋아 보여요.

물 한 잔 마시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공지사항, 프로그램을 확인할 수 있지요. 저희 공동창업자, 멤버들은 어쩐지 달리기 매니아가 많아요. 그래서 요일별로 다양한 달리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저희는 엘 포블레 세크에만 있는 분위기도 너무 좋아하지만, 몬주익 언덕 근처라서 이 동네를 선택했어요. 213m로 얕은 언덕이라 마라톤 연습에도 아주 좋은 코스에요. La Vaca 앞에서 달리기 시작해서 5km, 10km 정도를 같이 뛰고 있어요.

* 몬주익 언덕은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장소. 몬주익 성, 카탈루냐 미술관, 올림픽 스타디움, 그리고 황영조 선수의 부조가 새겨진 기념비가 있다. 아름다운 정원을 산책하다 보면 지금도 많은 마라토너를 만날 수 있다.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 La Vaca의 캘린더, 그리고 영감이 넘치는 냉장고

디지털노마드 @ La Vaca

La Vaca 웹페이지에 있는 멤버 소개를 봤어요. 예전에 Dimitri디지털노마드였다면서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공동창업자도 디지털노마드였어요.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고, 여러 코워킹스페이스를 경험했어요. 덕분에 원격근무의 장점과 어려움에 대해서 잘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La Vaca를 기획할 때 그 부분을 많이 고려했어요. 원격근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디지털노마드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많이 줄여주고 싶었어요. 그래서인지 La Vaca의 멤버들도 디지털노마드가 여럿 있어요. 다들 두세 개 나라를 오가며 일하는 사람들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이 여기에서 일하고 있을 것 같네요.

프리랜서, 1인기업을 운영하는 멤버들이 절반쯤인 것 같네요. 5명이 같이 일하는 회사도 있어요. 그리고 업무 분야는 디지털마케터, 데이터엔지니어 부터 케이크팝 디자이너까지 다양해요. 외국인도 많아서, La Vaca 안에서는 카탈란어 보다는 스페인어와 영어를 주로 사용해요. 저희 커뮤니티 매니저 Meghan도 프랑스 사람이에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브랜드에 맞게 디자인해서 만드는 Khatija의 케이크팝

 

케이크팝 디자이너! 역시 크리에이티브한 직업이 많을 것 같았어요.

크로쉐+마크라메 디자이너도 있어요. La Vaca에서 진행한 워크샵은 반응이 상당히 좋았어요. 마크라메를 배우러 온 사람들이 La Vaca 공간을 둘러보며 신기해했죠. 현실적으로 1인기업이 이만한 공간을 운영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게다가 워크샵 같은 행사를 매일 진행하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그 분들이 더욱 코워킹스페이스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크로쉐 워크샵 @ La Vaca. Image from La Vaca Facebook

공간 디자인

화장실에서 공사 전 모습으로 짐작되는 흑백사진을 봤어요.

네. 저희만 알고 있기 아까운 모습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는 처음 찾았을 때부터 멋진 건물이었거든요. 그래서 공사 전, 공사를 하면서 틈틈이 찍었던 사진이 많아요. 새로 오는 La Vaca의 멤버들이 액자에 있는 사진을 보면서 저희가 만든 공간을 더 이해해 주기를 바란 것도 있어요. “여기가 예전에 이랬었어?!” 신기해하는 것도 좋구요.

다행히도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고 있어서 훨씬 수월 했지만, 공사는 역시 힘들었어요. 물론 아직도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같이 고생하면서 만든 공간이라 더 애정이 생기는 것 같아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산뜻하고 센스 넘치는 화장실

공간을 기획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어요?

우리 생각에 맞는 건물을 찾는 것. 이게 절반 이상이에요. 그 건물이 있는 위치, 동네의 분위기에 따라 어떤 사람이 주로 오는 코워킹스페이스가 될지 조금은 예상할 수 있어요. 그리고 건물의 규모와 상태 역시 고려해야겠죠. 몇 명이나 일할 수 있는 공간인지, 인테리어 공사비와 시설비용은 얼마 정도 들지 계산을 해 보면서요. 건물주의 성향과 임대계약 조건도 꼼꼼하게 챙겨야 해요. 이런 것들을 전부 생각하면서 건물을 찾는 과정에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코워킹스페이스가 더 분명해지기도 했어요.

이곳을 발견하고, 여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쉬웠어요. 많은 부분이 이미 정해졌고 모두 동의한 상태였으니까요. 다만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는 친구의 경우에는 본인이 클라이언트 역할까지 동시에 해야 해서 고민이 많았죠. 디자인 욕심은 많은데, 예산과 시간은 항상 부족하잖아요?

다양한 종류의 테이블, 의자와 소품들이 있는 것도 마음에 들어요.

어떤 테이블에서 일하고, 이야기하는지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진다고 생각하거든요. 집중해야 하는 업무는 지상층에서 해도,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회의를 할 때는 웰컴바 근처 테이블이나 지하층에서 하는 것을 추천해요. 그리고 저 노란색 소파 자리가 인기가 많아요. 모니터에 PS4와 넷플릭스가 연결되어 있거든요. 여기는 일하는 장소지만, 단순한 사무실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계속 일만 하는 것보다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면서 일하는 편이 생산성이 더 높아지니까요. 지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La Vaca가 훨씬 캐주얼한 워크스페이스가 되기를 바랐어요. 내가 억지로 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고 싶은 장소가 될 수 있게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잠깐 쉬어가는 노란색 소파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발랄한 회의가 가능할 것 같은 지하층

지상층과 지하층 분위기가 다른 것도 인상적이에요.

처음에는 지하까지 데스크를 놓고 업무공간으로 만들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채광이나 환기가 더 좋은 지상에서 주로 머무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냈죠. 그리고 두 개 층이 비슷한 컨셉이면 덜 재밌을 것 같았어요. 여기서 멤버들이 La Vaca의 워크스페이스가 지겨울 수도 있잖아요.

휴일이나 주말에는 대관업무를 더 많이 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했었네요. 그리고 파티 장소로 인기가 많아요. 저희 멤버 중에 이벤트 기획하는 사람이 애용하고 있죠. 디제잉 파티를 할 때는 저기 바에서 칵테일, 위스키를 준비해서 판매도 해요. 지하에 있는 덕분에 음악을 크게 틀어도 민원이 들어오는 일이 없어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지상층에서 살짝 엿볼 수 있는 지하층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지하층에 내려가보면 전혀 다른 분위기

Barcelona Midnight Runners @ La Vaca

La Vaca는 낮과 밤이 상당히 다른 모습이에요.

낮에는 멤버들이 각자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가장 중요해요. 공간 전체를 환하게 유지하고, 배경음악을 항상 틀어놓고 있어요. 코워킹스페이스에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보다 약간의 음악이 있는 편이 더 좋다고 생각해요. 일하면서 생기는 작은 소음이 묻히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옆 사람이나 새로운 멤버들과 인사를 나누는 것도 편해져요.

하지만 행사가 있는 저녁이면 전혀 다른 모습이에요. 지하층 조명은 처음부터 파티나 클럽을 염두에 두고 계획해서 준비가 어렵지 않아요. 최근에는 리복과 함께 한 Barcelona Midnight Runners 행사를 했는데, 바르셀로나 러너들이 전부 모인 것 같았어요. 400명 이상이 참석했는데, La Vaca에서 엄청난 밤을 보냈어요.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클럽으로 변신한 지하층. Image from La Vaca Facebook

바르셀로나 코워킹스페이스
언제나 웰컴


 

나도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여행하면서 일하는 것. 맥북 하나 들고 다니며 어디서나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뜻하지 않게 겪었던 디지털노마드, 원격근무 생활은 생각보다 멋지지 않았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클라이언트와 구글 행아웃을 하고 있으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그냥 일이었다. 가볍게 다녀야 할 여행에 업무를 위한 랩탑과 각종 살림이 늘어나는 것도 부담스러웠다. 치안이 안 좋은 나라에서는 더 불안했다. 심지어 마추픽추에서는 메일에 답장 하기 위해 와이파이를 찾아 헤맨 적도 있다. (물론 없었다)

그런데도 여전히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생각을 한다. 영국 파운드로 월급을 받으면서 인도네시아 루피아로 맥주를 마시는 사람. 발리에서 마음껏 서핑하면서도 제대로 일을 해내는 사람들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디지털노마드는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사람보다 더 큰 노력과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코워킹스페이스와 매니저를 만나야 한다. 잘못된 워크스페이스에서는 단순히 몇 시간이 아니라 프로젝트 자체를 망칠 수도 있으니까. La Vaca가 바르셀로나를 찾은 디지털노마드에게 꼭 필요한 장소가 되어주길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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