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남의집 프로젝트: 남의집 정리정돈 후기 2/2

남의집 프로젝트: 남의집 정리정돈 후기 2/2

남의집 프로젝트: 남의집 정리정돈 후기 1/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드디어 남의집 정리정돈!

남의집 프로젝트

주제 : 정리정돈 좋아하는 사부작러들의 모임 (NAVER 예약 링크)

ㅇ 남의집 대상
– 나만의 정리정돈 노하우가 있으신 분
– 정리정돈이 너무 어려운 분

ㅇ 손님 준비물
– 정리정돈 에피소드
– Before & After 사진
– 막막한 내방 모습 사진
– 정리정돈 BGM (노동요)

ㅇ 진행 상세

1) 정리정돈 에피소드
– 어려워요: 막막한 이유, 부끄러운 상태 공개…?
– 쉬워요: 나는 이렇게까지 해봤다. 나만의 노하우 (ex. 10시간을 넘게 했어요.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10개 넘게 버렸어요. 냉장고 음료수가 열맞춰 서있으면 기분이 좋아요. 책을 색깔별로 꽂아요)

2) 정리정돈 BGM / 책 추천
– 각자의 노동요와 지침서를 나눠요!

*

다들 시작시간보다 일찍 오셔서 약간 당황했습니다. 다들 딱 맞춰오시거나 늦으실거라고 생각하며 저는 모임 시작 직전까지 키노트를 만들고 있었거든요. 휘리릭 키노트를 마무리하고 게스트를 맞이했습니다. 주문해 둔 치킨과 샐러드를 담고, 음료수를 꺼내고, 홍차와 케이크까지 알차게 먹을 준비 완료.

남의집 프로젝트

남의집 자기소개

어떻게 모임을 시작하면 좋을까 혼자 상상해 봤었어요. 다들 처음 만났는데 어색하면 어쩌나 약간 걱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작 게스트 분들이 한 분 두 분 오시고, 간단한 소개를 하고 나니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요. 특히 약간 먼저 오신 게스트께서 이런 질문을 해 주셔서 좋았어요.

“남의집 정리정돈 모집 글을 보면,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어느 쪽이세요?” 

제가 모임을 만들었을 때는 ‘정리정돈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득 모여서 각자의 노하우를 나누는 시간’을 상상했어요. 그런데 ‘정리정돈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주로 모임 신청을 해주셨습니다. 저를 제외하면 ‘남의집 정리정돈’이 아니라 ‘남의집 수집’ 또는 ‘남의집 콜렉터’에 더 어울리는 구성이었어요! 예를 들면 이런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에피소드 1
남의집프로젝트 후기
우르주스 베얼리 (Ursus Wehrli)의 작품: 이쯤 되니 약간 무섭기도 합니다

게스트 1) 저는 제가 봐도 너무 뭔가를 많이 모으는 것 같기는 해요. 책도 많고 CD도 많고 카세트테이프도 많고..
란도 마리에) 그러실 수도 있죠. 저도 좋아해서 모으는 물건들이 있어요.
게스트 1) 혹시 아실지 모르겠지만, 아주 예전에는 버스를 탈 때 회수권을 썼었어요.
란도 마리에) 네, 알죠. 저도 회수권 내고 버스 탔어요.
게스트 1) 그런데 학생 회수권을 사려면 내가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 같은 것이 필요했거든요.
란도 마리에) 그런 것이 있었나요…? 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게스트 1) 저희 집에 아직 있어요. 저는 그 서류를 받으면 일부러 2장 받아서, 1장은 내고 1장은 보관했어요.
란도 마리에) 왜요???
게스트 1) 저도 모르겠는데 자꾸 모으고 있어요.
란도 마리에) 언제 한 번 방문해서 집 정리해드리고 싶네요;;;

에피소드 2
남의집프로젝트 후기
우르주스 베얼리 (Ursus Wehrli)의 작품: 저는 이 정도는 아닙니다

게스트 1) 정리정돈이 주제라서, 집이 엄청 깔끔하고 칼같이 정리되어 있거나, 아무것도 없을 줄 알았어요.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란도 마리에) 아 ㅋㅋㅋ 그렇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모임 소개 글에 “미니멀리스트는 아닙니다”라고 적었어요. 저 아기자기한 소품 좋아해요.
게스트 2) 저는 남의집 정리정돈 모임에서 물건 쌓아 놓고 산다는 이야기 하면 혼날 것 같았어요. 사실 제가 청소업체를 운영한 적도 있어서 청소는 정말 잘 하거든요.
란도 마리에) 네?? 청소업체 사장님이셨다고요? 그럼 맘 먹고 정리하시면 금방 하시지 않을까요?
게스트 2) 이 정도 크기의 집이면 저 혼자 청소해도 10분 20분이면 하죠. 그런데 정리는 어려워요. 저는 옷을 좋아해서 엄청 많거든요.
게스트 1) 저도 옷 진짜 많아요. 며칠 전에도 행사 가서 티셔츠, 후드티 여러 개 받아왔어요.
란도 마리에) 저는 옷이 많으면 다양하게 입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각 잡고 잘 접어두거나, 옷걸이에 걸어두는 게 아니면 그냥 쌓아두고 맨 위에 있는 옷만 자꾸 입게 되잖아요.
게스트 1) 지금 제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저도 옷이 진짜 많은데 항상 입는 옷만 입어요. 그리고 또 엄청 오래 입어요.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도 거의 10년 된 것 같아요.
란도 마리에) 저는 행사 가도 제가 안 입을 것 같은 옷은 안 받아요. 제 옷은 옷장 하나에 다 들어가고 자리가 거의 정해져 있어요.
게스트 1) 이런 점이 다르구나.. 저는 안 입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안 받아오면 왠지 손해보는 것 같아서요!
게스트 2) 저도 옛날 옷 다 가지고 있어요. 안 입어도 굳이 버릴 필요 있나 싶기도 하고, 나중에 입을 수도 있고, 보고 있으면 좋거든요.
게스트 1) 역시역시! 저도 그래서 안 버립니다.
란도 마리에) 제가 집이 좁아서일지도 ㅠㅠ 
게스트 1) 저희 집은 결코 좁지 않은데, 방 4개 중에 2개가 제 살림으로 꽉 차 있어서 거의 들어갈 수가 없어요.
란도 마리에) 가족들이 마음이 넓으신 것 같습니다…
게스트 1) 그래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하지만 정리를 하긴 해야 하는데 큰일이네요.

남의집프로젝트 후기

남의집 정리정돈

모임 소개 글에도 적었지만, 제가 정리정돈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제가 하는 일 특성상, 엄청 바쁜 시기와 정말 한가한 시기가 있어요. 예전에는 일이 없으면 많이 불안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어쩐지 집 청소 또는 정리정돈을 하고 있으면 좋은 소식이 들려올 때가 많았어요. 프로젝트를 의뢰하는 전화라거나, 뭔가 같이 해보자는 메일 같은 것들이요. 물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요. 하지만 살살 몸을 움직여서 서랍 하나를 깔끔하게 비우고, 먼지 쌓인 서류들을 큰맘 먹고 없애버리고, 요즘 입지 않은 옷을 수거함에 가득 집어넣고 오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집도 약간 넓어진 느낌이에요. “

집 또는 작업실 정리정돈도 좋아하지만, 아이맥 바탕화면과 폴더정리도 좋아합니다. 마무리한 프로젝트는 관련 문서와 최종 작업 파일을 백업까지 해 둬야 정말 끝난 기분이에요. 어느 날은 아이폰 아이콘을 정리합니다. 기능별로 폴더에 넣어놓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아이콘도 색깔별로 정리합니다(의외로 편해요!)

저는 정리정돈을 좋아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정리정돈을 좋아하는 사람,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 빨래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르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잔뜩 있는 방에 있으면 당연히 행복하죠! 굳이 정리하고 없앨 필요가 있을까요?

남의집프로젝트 후기
저는 정리는 좋아하지만 청소는 그럭저럭이라 이런 룸메이트를 원합니다

남의집 정리정돈을 정리하면서

정리정돈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정말 정리정돈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최근 관심사,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일, 어떻게 진로를 바꾸게 되었는가 등.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신기했습니다. 남의집 프로젝트에서 처음 만난 분인데 알고보니 같이 알고 있는 지인이 있어서 놀라기도 했어요. 그리고 저는 꽤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처음 만나는 직업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

언젠가 다른 장소 또는 남의집에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남의집 정리정돈 모임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남의집 호스트 신청하기

남의집 프로젝트 문지기님의 브런치: 거실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