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공간을 만드는, 일공오일공

피움 P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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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청 아카이브
피움: 이진영 사진ⓒ김보리

피움 Pium

이진영

yksyjy@gmail.comㅣ@pium_jy

서울혁신파크 청년청 316호 피움 옻칠, 자개를 현대의 감각에 맞도록 정제하고 변형시켜 누구나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생활제품을 만든다.

청년청 아카이브
피움 옻, 자개 작업
청년청 이전의 일하는 공간

옻 작업 특성상 집에서 작업은 어렵다. 건조장이 있는 공동 작업장을 빌렸지만, 집에서 멀어서 자주는 못 가고 있었다.

청년청을 알게 된 계기

걸어서 10분 거리에 살고 있어서 서울혁신파크는 알고 있었다. 뭐하는 곳인지 항상 궁금했다. 아무나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고, 주변에서도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청년청 입주 모집신청을 보게 되었고, 검색해보니 바로 그곳이었다. 집 근처에서 작업실을 구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안 했는데, 반가운 마음에 바로 지원했다.

청년청이 가져다준 변화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창업이자 독립을 위해 사업자 등록도 준비하고 있다. 지원사업 서류와 자기소개서에 작업실 공간 사진을 추가할 때마다 뿌듯하다. 최근 ‘2019년 서울여성공예창업대전’에서 우수한 ‘차세대 공예 창업가’로 선정되어 은상을 받기도 했다. 내가 좋아하는 옻칠로 상을 받아서 더 기뻤다.

청년청에서 보내는 하루

전날 작업실을 떠나기 전에 최대한 공간을 정리해둔다. 칠 재료는 상당히 끈적이기 때문에 먼지가 달라붙을 수 있다. 표면에 달라붙어 우둘투둘한 상태가 되면 상당히 곤란해진다. 그래서 공간의 움직임이 최소화된 상태일 때, 공기 중의 먼지까지 안정되어 있어야 칠 작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아침에 출근하면 물을 뿌려서 먼지를 먼저 가라앉히고, 준비해 둔 기물에 옻칠을 한다. 칠을 마친 기물을 건조장에 넣고 나서 온도를 조절해둔다. 그다음부터는 조금 마음 편하게 서류를 작성하거나 자개 작업을 한다. 어떤 사람들은 칠할 때만 들어가는 먼지 없는 방에 옷까지 벗고 들어가서 경건하게 작업한다고 하지만, 나에게는 지금 청년청 작업실로도 충분하다.

청년청 아카이브
작업도구, 이진영
청년청 아카이브
피움, 일하는 공간
입주공간 조성 과정 

옻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먼저 ‘칠장’이라고 불리는 건조장의 크기를 먼저 정한다. 자신이 주로 어떤 크기의 기물에 옻칠을 하는지 알아야 건조장도 제작할 수 있다. 피움에서는 스마트폰 그립, 키링 등의 작은 기물을 만들고 있고, 앞으로는 식기류에 집중할 계획이라 건조장이 너무 클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혼자서 처음 해 보는 일이어서 목공소와 의논하고 설계하느라 완성까지 3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결과물에는 아주 만족한다.

서울혁신파크를 산책하다가 흙벽돌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알록달록한 색깔의 벽돌이 예뻐 보여서 몇 개 얻어왔고, 우드파크에서 쓰고 남은 합판을 받아서 작품 전시대를 만들었다. 소파 겸 침대는 가끔 밤을 샐 때도 있어서 한 시간이라도 자고 일어나서 작업하려고 마련했다.

내 방의 좋아하는 구석

햇볕이 잘 든다. 작업 과정, 완성된 제품 사진, 공간 사진을 SNS에 올리면 작업실이 아니라 갤러리 같다는 말을 듣는다. 원래 벽면과 문에 칠해져 있던 어두운 파란색도 마음에 든다. 옻과 자개 작업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청년청 입주공간의 의미

옻은 정말 까다롭고 변화무쌍하다. 기물 하나를 시작해서 7번 이상 칠하고 말리는 데 몇 달이 걸린다. 하루 정도면 건조는 끝나지만, 안에서 안정화되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물을 매끈하게 만들기 위해 사포질을 하고, 다시 칠하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항상 결과가 좋지도 않고, 매번 배우는 기분이다. 그래서 너무 힘들지만 재밌다. 한편으로 자개는 가늘고 잘 부서져서 어렵다. 하지만 집중해서 하나하나 붙이면서 완성해 가는 희열이 있다. 이런 과정을 재밌어하는 스스로가 변태 같다고 느낄 때도 있고, 스트레스를 받기도 한다.

나에게는 큰 의미가 있는 옻과 자개 작품이지만, 고객들이 의미만으로 제품을 사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전통을 강조하거나 예쁘기만 한 물건이 아니라 작아도 쓸모가 있는 제품을 꾸준히 만들고 싶다. 작은 제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다 보면, 옻과 자개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지 않을까? 결코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이제 안정적인 작업 환경이 생긴 만큼, 꾸준히 일하면서 버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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