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울릉도 액티브 워크샵 x 울릉살이 참여자들

울릉도 액티브 워크샵 x 울릉살이 참여자들

한 달도 짧은 울릉살이, 3박4일의 기록

 

코워킹스페이스 전문가 자격으로 로모에서 주최한 울릉살이 액티브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울릉도는 작은 섬이라고 생각했는데 3박4일이 너무 짧았어요. 석포, 태하, 나리, 천부 같은 단어들이 저한테 조금씩 특별해지기 시작했을 때, 후다닥 돌아온 것 같아요. <나의 첫 번째 울릉살이> 참여자들이 한 달을 살아도 부족하다고 하는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남아야 그 먼 길을 다시 갈 수 있겠죠? (서울부터 울릉도 숙소까지 10시간 ㄷㄷ)
책 한 권을 써도 충분할 3박4일이지만, 아주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려고 합니다. 시간 순으로, 장소별 기록이 아니라 사람 중심으로 했어요. 울릉살이 참여자, 저와 같이 초대받은 코워킹스페이스 전문가, 그리고 로모 사람들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하면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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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릉도 어디보다 행복씨의 커피가 있는 우리 숙소가 제일 좋았어요 😀

 

사랑스러운 울릉살이 한 달 참여자들

 

울릉도에서 몇 번이나 칼라 컬슨의 「이탈리아 스타일 여행기 Italian Joy」를 생각했습니다.

시드니에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던 저자. 그녀에게 있었던 것은 전망이 아름다운 아파트, 명품 옷과 가방, 장식품. 없었던 것은 삶의 활력소, 열정을 갖고 도전할 일, 사랑하는 사람이었어요. 저자는 겨우 30대 중반이었지만 자신이 노인처럼 느껴졌습니다.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결심한 순간, 저자는 이탈리아를 떠올립니다. 20살에 배낭여행으로 갔던 이탈리아를 내내 그리워했는데, 떠나지 못할 이유도 없었다는 것. 그래서 찾아간 이탈리아에는 새로운 인생이 있었습니다. 

울릉살이 참여자가 발견한 특별한 장소, 사람, 할 일
울릉살이 참여자가 발견한 ‘나’ ‘울릉도’ ‘커뮤니티’ 그리고 질문하기
휘리릭 받아적은 질문과 대답, 아주 일부분

 

두 번째 날 저녁, ‘울릉살이 발표 및 피드백’을 나누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볍게 생각했는데, 저녁 7시에 시작해 새벽 1시 넘어서까지 이어졌어요. 하나하나 너무 좋은 질문과 답변이라 받아적기 바빴는데요. 한편으로는 책상도 의자도 없이 바닥에 앉아있어서 허리가 너무 아팠던 시간 ㅠㅠ 특히 마지막 질문과 대답이 아주 인상적이었어요.

 

로모: 또 한 번, 두번째 울릉살이를 해 보고 싶나요? 그 이유는?
참여자 A: 네, 두번째 울릉살이는 10년 뒤에 다시 해 보고 싶어요. 그때는 30대 중반일텐데요. 
나이를 먹으면서 연륜이랄까, 삶의 경험이 더 쌓여서 지금보다 더 여유있는 사람이 되어있지 않을까요?
저는 울릉살이 내내 너무 좋았어요. 하지만 어떤 순간에는 너무 힘들기도 했었거든요.
앞으로 뭘 해야 할지 모르니까 자꾸 흔들리고, 막막하고…
10년 뒤에 다시 울릉도에 오면, 그 때는 제가 해야 하는 일을 찾았을 것 같아요. 동반자가 있을 것 같기도 해요. 같이 다시 와서 지금의 나를 다시 떠올리고 싶어요. 

괜히 뜨끔했던 건, 제가 30대 중반이고 8년 만에 울릉도를 다시 왔기 때문이겠죠. 2010년에는 무려 대학교 졸업여행이었어요. 교수님 대여섯 명, 졸업 동기 십여 명이 유치원 버스 한 대를 같이 타고 2박3일을 돌아다녔습니다. 분명히 나리분지, 촛대바위, 코끼리바위, 독도 등을 다 봤었는데 어찌나 기억이 가물가물한지. 그때는 미래에 대한 걱정이 너무 많아서 울릉도의 아름다운 자연 따위 보이지 않았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바위가 코끼리를 닮았는데, 그게 왜? 저와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어서요. 2박3일 내내 교수님과 눈이 마주치면 ‘자네는 졸업하고 뭐 할 건가?’ 하는 질문이 날아왔고, 저녁에 삼겹살을 굽다가 앞으로가 막막해서 같이 울던 여행이었어요.

하지만 8년 만에 저는 ‘전문가’ 자격으로(부끄부끄) 울릉도를 갔고, 제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약간은 분명해졌습니다. 그래서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어느새 ‘아무 것도 안 해도 괜찮은 한 달 울릉살이’에는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린 듯.
토란: 울릉도에서 한 달이라니.. 저도 10년 전이었으면 너무 좋아하면서 왔을 것 같아요. 인생의 휴가라고 부를 만한 시간이지 않아요?
참여자 B: 너무 좋아요.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은 뭐할까’ 생각하며 살아본 게 처음인 것 같아요. 내일도 모레도 해야 하는 일이 없다는게 낯설지만 좋아요. 날씨가 좋으면 슬슬 걸어서 바다에 수영하러 가고, 산책하고, 멋진 숙소에서 딩굴거리고 풍경을 바라보며 커피를 마시고, 파도소리를 들으면서 잠들고,,
그런데 고민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울릉도에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자! 고 생각하면서도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덜컥 들고 초조해져요. 서울에 돌아가면 뭐부터 해야 하지? 다들 취업하고 돈 벌고 결혼하는데 나만 이렇게 한가하게 있어도 되나? 이런 걱정들이요.
빨리 나이를 먹어버렸으면 좋겠어요. 저만의 일을 찾는 이 시간이 가끔 너무 힘들어요. 과연 이게 인생의 휴가일까요?

 

2주의 울릉살이를 마치고, 11명 중에서 10명이 울릉도에 2주 더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울릉도에서 살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친구들이 생겼어요. 독도의용수비대 기념관에 취업해야 하나? 아닌가 유튜브가 답인가? 나만 알기 아까운 울릉도를 소개해주는 가이드가 되어볼까? 울릉도 감성을 담은 기념품을 만들면 어떨까?

이런 생각들이 어떻게 정리될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보고서 안에서 ‘참여자 11명 중 4명 울릉도 취업, 3명 사업자등록’과 같은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저는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지 않으면, 10년이 아니라 20년 뒤에도 마찬가지로 힘들어요. 그러니까 그냥 지금 해야 함! 돈이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아는 사람이 없으면, 돈이 없는대로 시간은 어떻게든 만들어서 필요한 사람은 제가 찾아볼게요!

너무 짧게 만나서 아쉬웠던 울릉살이 참여자들. 하지만 각자 기억을 남기는 방식이 있어요. 덕분에 저는 서울로 돌아와서도 유튜브 ·  인스타그램 · 블로그 등에서 그들의 울릉도를 지켜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육지에 돌아오면 오프라인에서 만나요 🙂

이런 풍경을 보는 것이 일상
두번째, 세번째 울릉살이로 이어지길🙏

 


 

더 돈이 많았을 때도, 그 돈으로 내 스스로 이런 단순한 일들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살’ 수는 없었다. 자신과 자신의 생활을 직접 돌본다는 것은 경이로울 정도로 사람을 성숙시키는 귀중한 경험이다. 낯선 사람이 내 아파트를 청소해주고, 말끔하게 세탁한 옷들을 초록색 가방에 담아 집으로 가져다주는 그런 생활에서는 생길 수도 맛볼 수도 없는 소중한 감정이요, 경험이다. 충분한 시간을 갖는 삶에는 믿을 수 없을 만큼 경이로운 뭔가가 있었다. 설령 그 충분한 시간이 내 옷가지들을 직접 세탁하는 사소한 일에 쓰인다고 하더라도.

 

「이탈리아 스타일 여행기 Italian Joy」 칼라 컬슨, P.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