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백오다시십

나는 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었는가

나는 왜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되었는가

2014년 6월 18일에 쓴 글

 

[105-10 Imajour] “언제나 공사중”

어제 후다닥 끄적거려서 보내준 2층. 정확하지 않으니 참고만 하시라고 덧붙였다. 이 건물에는 직각으로 만나는 벽 같은 건 하나도 없으니까.

그러고보니 열흘 전 쯤에 어딘가에 주절주절 이런 것을 써서 보냈었다.
그 후로 급 바빠져서 까먹고 있었음.

* * * * * * * * * *

여기 105-10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그저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언제나 공사중”.
벌써 두 달 전에 나는 『99%를 위한 주거』를 읽으면서 이런 글을 썼다.

[105-10] 2층 공사 이야기
짐승이 살던 동굴 같은 2층. 여기를 딱 열흘만 고생해서 사람이 살 만한 곳으로 바꿔보자고 결심한 것이 저번 달. 그리고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한 것이 이번 달 초였는데, 벌써 4월 중순도 지나가고 있다. 그렇다,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일은 예상보다 오래 걸린다. 대체로 즐겁게 하고 있지만 이제 슬슬 몸이 아프다. 지금도 오른쪽 손목이 욱신욱신하다.

내가 같이 건축을 공부한 친구들에게 “직접” 공사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 다들 놀란다. “왜? 그냥 사람 시키지?” 나도 물론 그 생각을 안 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여러 사람이 이 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내가 혼자서(더 정확히는 친구와 둘이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 105-10 2층은 작지만 손길이 필요한 곳이 너무 많다.

우리는 왜 “직접” 하기로 결심했을까. 내 경우에는 『99%를 위한 주거』의 영향이 컸다. 정확히는 내가 99%라는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예전에 우리가 건축사무실에서 일할 때, 나는 100만 원씩 하는 수도꼭지를 열 개 넘게 주문 목록 엑셀파일 안에 넣었고 친구는 조명기구만 1,000만 원도 넘게 건축주 취향껏 고르곤 했다. 도면을 그리거나 현장에 가는 것은 “직접”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정확한 “주문”을 위해서였다. 그림으로 또는 입으로 사람들에게 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는 11번가에서 통신사 할인에 마일리지까지 탈탈 털어서 6만 원 넘던 수도꼭지를 4만 원대로 만들어서 주문하면 기뻐하고, 조명가게에서 한참 설명을 듣고서는 10만 원 어치 쇼핑을 한다. 이것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후에. 그리고 의자는 을지로 가구 거리에서 샘플세일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리고 콜밴 부르는 비용도 아깝다 싶어 택시에 기사님까지 셋이서 타고 의자를 두 개 태워서 105-10으로 왔다.

건축주 없는, 다시 말하면 눈치 주거나 주문하는 사람이 없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공사는 흔치 않다. 지금은 정말 우리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한다. 나중에 내 집을 짓게 된다면 비슷할까? 게다가 2층은 용도부터 우리가 의논해서 정했고 관리도 같이하기로 했다. 물론 건축주가 없기 대신에 우리 돈을 써 가면서 하는 공사가 되었다. 그래서 미장이나 페인트칠 정도는 직접 해야 예산에 맞았다. 덕분에 다음에 현장에 가면 미장하시는 분, 페인트칠하시는 분을 우러러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어려운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신 월든 목공소의 신목수님과 지원씨까지.

말끔하게 공사가 끝났고, 벌써 2층에 들어와서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이제 105-10는 “완성”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게 전혀 그렇지가 않다. 여전히 공사 중이다. 일단 에어컨 설치 때문에 기사님이 몇 주 째 고생하고 계신다. 특이한 구조 때문에 설치 시간이 보통의 2배 이상 걸릴 예정이라 무려 일요일에 출장을 나와주시기로 했다. 내가 에어컨 좀 설치해보겠다고 일주일에 하루 쉬시는 걸 방해하게 되어 너무 죄송하다. 한편 105-10과 40년 넘게 이웃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께도 에어컨 실외기 위치를 미리 말씀드려야 한다. 아파트에 살면서 발코니에 설치하는 사람들에게는 크게 상관없겠지만, 실외기에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고 소리도 엄청나게 거슬린다. 그러니 이런 동네에서는 이웃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소소하게 고장나는 것(= 돈 들어갈 곳)이 계속 생긴다. 싱크대 하수구가 막히거나, 휴지걸이가 떨어지거나, 전구도 갈아 끼워야 한다. 하얗게 칠한 페인트가 떨어진 곳도 눈에 보인다. 게다가 민트색 페인트 남은 것을 멀쩡한 하얀 벽에 칠하고 싶어진다. “꼭 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어쩐지 어울릴 것 같아서, 이제 여름이니까.”라고 내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말하자 이런 대답이 돌아온다. “그런데 부엌에 타일은 언제 붙일 거에요? 1년 전부터 한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옥상 정원. 누가 농사를 순수증여라고 했는가! 내가 뿌린 씨앗은 뿌린 대로 싹이 나서 흙을 아무리 사도 모자라다. 식물이 잘 자라는 것은 기쁘고 고마운 일이지만 얘들의 성장을 뒷받침해주는 일이 만만치않다. 흙을 100L를 사도 화분 몇 개 채우지 못한다. 며칠 전에 만난 사람에게 내가 아무래도 흙을 또 주문해야겠다고 말하자 눈이 똥그래져 물었다. “흙을 돈 주고 사요?” 갑자기 그 사람이 미워졌다. 그가 어디 가까운 산에 가서 흙을 좀 담아오라고 조언하기 시작할 때, 세상에 널린 게 흙이라고 말할 때, 나는 집에 가고 싶어졌다. 이 시간에 지렁이를 기르는 게 낫겠어….

나는 요즘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기른 루꼴라, 바질, 상추 등을 종종 나눠주는데 다들 맛있다고 한다. 물론이지. 나는 가능하면 아침저녁으로 물을 흠뻑 주고(호스가 없어서 2L 생수병 두 개를 들고 10번 가량 왕복), 틈날 때마다 벌레도 잡아주고, 말라버린 잎은 떼어 주고, 먹고 남은 채소와 과일 껍질 등을 햇볕에 말려서 웃거름으로 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희는 오늘도 예쁘구나~ 말하며 사진도 열심히 찍어준다. 하지만 주변 이웃(=농사 전문가)에게는 이런 반응이 돌아온다.
“그렇게 길러서 물값이나 나오겠어?”
“아가씨, 그래 뭐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없지. 내년에는 잘 해 봐.”

하지만 역시 옥상에 텃밭을 만들기 잘했다. 방금 따 온 채소로 만드는 샐러드도 좋지만 옥상에 놀러오는 사람들 때문에 더 그렇다. 요즘 나는 한참 일하다 머리가 지끈거리면 옥상으로 도피하는데, 그럴 때마다 동네 주민들이 우리 옥상으로 놀러 온다. 용건이 있는 경우도 있고(내가 보니 저거 잡초야. 얼른 뽑아.) 그냥 손녀 업고 산책하시다 말벗이 필요해서 오시는 경우도 있다. 생각해보면 내가 텃밭을 만들기 전에도 인사는 하고 지냈지만 딱히 같이 할 이야기가 없었다. 또는 그 분들이 옥상에 오실 핑계.

어제 아침에는 옆집 할머니께 가서 혹시 큰 냄비 하나 빌릴 수 있겠냐고 여쭤봤다. 학생들이 놀러 와서 맛있는 걸 좀 해 주고 싶어서 그렇다고 하니, 냄비는 물론이고 수저는 더 안 필요하냐고 물으신다. 할머니가 우리 옥상에 몇 번이고 오시지 않았다면 내가 냄비를 빌리러 갔을까? 아마 사러 갔겠지. 또는 큰 짐 늘리는 게 싫어서 음식 할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어제 놀러 온 아이들은 105-10의 2층, 3층, 4층을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즐겁게 먹고 떠들고 놀다가 막차가 끊기기 직전에 떠났다. 이런 집에 살고 싶어요~ 라는 말을 각자 열 번 이상씩 하고, 청소와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해 놓고. 나는 이제 남겨둔 그린 커리 한 그릇을 들고 냄비만 반납하러 가면 된다.

나도 이미 완성된 집에 살면서, 이미 잘 가꿔진 정원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집과 정원을 유지하기 위해서 내가 싫어하는 일을 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면? 집에 좋아하는 사람들을 불러서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기는커녕, 매일 야근하고 돌아와서 잠자기 바쁘다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내가 필요한 공간의 크기, 주로 쓰는 물건과 위치, 나는 언제 편안함을 느끼는지, 어떤 동네 어떤 장소 어떤 공간을 좋아하는지. 이것은 결국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침 이런 문제들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산다. 예를 들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어느 빵집 주인이 건축가에게 설계를 부탁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원하는 빵집과 삶에 대해서 쓴 손편지를 한 달에 두 번씩, 큰 골판지 상자로 빵을 가득 담아보냈다고 한다. 왜냐하면, 그 건축가는 설계비의 절반을 빵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누군가가 105-10에 건축 또는 인테리어 고민 상담을 하러 오겠다고 하면, 올 때 흙을 좀 들고 오라고 해야겠다. 물론 맛있는 빵도 환영!